문화˙연예/영화리뷰

영화 원더우먼 감상 후기

이니셜J 2021. 8. 10. 05:14

 

원더우먼 포스터

 

이번에 DC에서 망해가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대신해서 보석함 속에 있던 원더우먼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뽑았다. DC나 마블이나 인간의 선악에 대한 갈등을 주제로 다루지만 마블과는 다르게 그 분위기가 너무나 무거운 편이다. 이번 원더우먼을 보고 난 뒤엔 이제 DC가 좀 정신 좀 차렸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원더우먼은 그동안의 DC 영화들과는 다르게 영웅의 성장 배경과 과정, 가치관 등을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할애하여 작정하고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애타게 관객들이 원더우먼에 동조되길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래도 그래서인지 드라마 감독인 패티 젠킨스라는 여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패티 젠킨스는 이 영화로 1억 불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의 첫 여자 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패티 젠킨스와 겔 가돗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DC의 치명적인 약점이던 코믹적인 요소가 약간 추가되었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성격의 원더우먼은 낙원 같은 섬에서 자랐지만 문명 수준은 중세 시대에 머물러있다. 그녀가 살아온 나이브 한 문명과 1차 세계대전 중인 산업혁명 이후의 문명이 충돌하는 좌충우돌 성장기는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소재이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순수하고 명랑한 그녀는 귀엽게 느껴져서 미소를 짓게 해준다.

 

여자 감독이라 그런지 페미니즘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과용하지 않아 좋았다. 연합군 사령관에게 장군이나 되는 사람이 뒤에 숨어서 협상이나 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주 비겁하다고 일갈하는 장면은 아주 통쾌하다.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남성 지도자에게 따끔하게 맞는 말해주니 속이 다 시원했다. 다이애나를 보호하려는 트레버 대위에게 '당신 허락 같은 건 필요 없어요'라고 하며 전장으로 뛰어나가는 장면과 여자 비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 '노예들이 하는 일과 같군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코믹하게 연출했지만 역시 페미니즘적인 메시지가 들어있다.

 

 

액션신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같이 지극히 일반적인 관람객이 보기엔 아주 멋지다고 느꼈다. 특히나 여자 배우의 액션이라는 한계를 많이 접해봤기에 기대치가 낮았던 점도 작용한 것 같다. 177센티미터의 겔가돗은 미스 이스라엘 출신인데 아주 늘씬하지만 우리 기준에선 아주 글래머러스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만큼 액션이 파워풀한 면이 있고 회전과 점프 위주의 액션 구성과 화려한 CG 효과가 부족한 파워를 채워준다.

 

특히나 종탑에 돌진해서 부숴버리는 장면과 트레버 대위가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각성해서 독일군들을 순식간에 묵사발 내는 장면은 압도되기에 충분했다. 슬로 효과 같은 CG가 살짝 과용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자배우의 액션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크게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가 아마존이라는 특수한 종족 출신이라는 것과 제우스 신, 아레스 신과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끌어들인 점, 세계 1차 대전에서 연합군 편에서 싸움을 하는 점 등은 생각만큼 잘 어우러 지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그녀가 인간과 신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 같은 신적인 존재라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점은 그다지 필연적인 전개로 느껴지지 않았다.

 

트레버 대위와의 로맨스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가치를 배웠기 때문에 아레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인간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트레버 대위가 착한 성격이긴 하지만 마지못해 전선으로 원더우먼을 데려가는 역할이었기에 인간의 이타성을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트레버 대위의 동료 3인방도 조연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 같지는 않다. 전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런 오합지졸들이 계속 별일 없이 살아남는다는 점과 독일군 화학무기 기지에서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무능력함은 심각한 원더우먼과 아레스의 대결과 어우러지지 않아 영화 몰입을 떨어뜨린다. 차라리 전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종탑 마을까지만 따라가는 설정이었다면 한결 나았을 것 같다.

 

 

닥터 포이즌과 루덴도르프 장군도 왜 가스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기 때문에 차라리 엑스트라급으로 축소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문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음악도 기존 DC 영화들과는 살짝 달라졌고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마블 영화들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기존 시리즈들보다는 훨씬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느껴졌다. 서사적인 요소를 너무 무리하게 주입한 것 같아 살짝 복잡하게 느껴지고 캐릭터에 쉽게 몰입되지 않았다. 약간 과한 것 같은 CG는 여성 액션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잘 활용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서사는 좀 더 단순하게, 쓸데없는 조연은 좀 줄이고, CG, 음악, 분위기는 지금처럼만 하면 DC도 충분히 상승곡선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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