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영화리뷰

영화 택시 운전사 감상후기 (5.18과 사람들)

이니셜J 2021. 8. 12. 07:50

장훈 감독,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았다. 이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느끼는 바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그 당시의 광주시민들이 받았을 고통에 함께 아파하며 공감할 수도 있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5.18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영화적 요소들 그러니까 스토리와 연출, 배우와 연기, 미장센, 미술, 음악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영화 관람을 했다. 후기는 최대한 스토리 설명은 배제하고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좋았던 점과 그렇지 않았던 점을 3가지씩 뽑아서 작성해 보고자 한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0237

 

택시운전사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 제목: 택시운전사 
  • 감독: 장훈
  •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 개봉: 2017 한국

 

 

내가 뽑은 장점 1 - 배우 송강호

배우 송강호는 연기력으로 이 영화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 흔히 요즘 말로 하드 캐리 한다. 다소 어색한 스토리 전개와 연출, 부족한 상대 배우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매 장면마다 주연배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영화의 영화다움을 유지시켜준다.

 

 

영화 속에서 택시기사 김만섭은 아내를 일찌감치 불치병으로 잃고 비싼 병원비 때문에 사우디에 가서 고생하며 벌어온 돈을 모두 써버린 뒤, 어려운 형편에서 외동딸을 홀로 키워야 하는 인물로 설정되어있다. 그래서 그는 억척스럽고 기회주의적인 성격이 되어버렸는데 송강호는 그런 그의 성격을 아주 잘 표현해 낸다. 마치 원래부터 송강호가 그런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특히, 그가 광주에 외신기자를 버려두고 걱정하고 있는 딸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그가 느끼던 내적 갈등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전환점이자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치에 전혀 문외한 소시민으로서 민주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매일매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기에도 벅찬 입장이기 때문에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건 사실 관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가슴속에서 어떤 뜨거운 것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다. 우리들은 과연 그의 행동을 보고 어떤 것을 느껴야 할까?..

 

내가 뽑은 장점 2 - 향수를 일으키는 시대 배경과 소품

나는 시대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영화는 건물이나 소품, 복장 등 거의 모든 화면에 보여지는 것들에서 그 시대를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에, 매 장면마다 상당히 공을 들여서 촬영 해야 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 맛있듯이 그런 장면들은 아주 볼 것이 많다. 이에 입각해서 이 영화를 보았을 때, 80년대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택시도 그러하고 건물들과 길거리, 그 당시 복장, 헤어스타일, 전화기나 성냥 등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소품들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약간 과장스럽게 확장하자면, 요즘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세상인데 그 당시 사람들의 인심과 정의감,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같은 것도 아주 잘 표현되었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부분은 분명 칭찬할만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뽑은 장점 3 - 이슈성과 메시지

이 영화는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아주 민감한 5.18이라는 한국의 근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동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이슈화가 되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리는 영화들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벌써 천만 명이라는 관객이 관심을 가지고 관람한 영화가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정치권에서는 이 영화로 인해 분명히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이 진짜인지 확인만을 위해서라도 재수사는 필요하지 않을까?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역사적 사건에 공소시효는 의미 없다는 판결도 있었으니 꼭 재수사가 이루어지고 벌받을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고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상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이 광주를 탈출할 때 검문소에서 군인들의 검문을 받게 되는 장면이 있다. 내가 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배우 엄태구가 부사관으로 나오는데, 택시 트렁크에서 숨겨놓았던 서울 번호판을 발견하지만 모른척하고 그들을 보내주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장훈이라는 감독이 어떤 정치적 편향이 있고 한쪽 편만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 전 5.18 당시 공수부대원으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진심 어린 고백을 기고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의 처참했던 심경과 더불어 공수부대원 첫 사망자가 알려진 바와 다르게 시위대에 의한 것이 아닌 퇴각하던 자신들의 전차에 깔려 죽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간인 학살은 없었다는 판결에 반박하는 그 당시 공수부대원의 양심고백도 있다. 지금은 이런 용기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http://m.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89 

 

한 공수부대원의 5.18 회고록

이경남 목사(55)는 1980년 5월 11공수여단 63대대 9지역대 소속 진압군으로 광주민주화 현장에 참여했으며, 송암동 부근에서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광주통합병원으로 후송돼 부

m.dangdangnews.com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10518/7691586/1

 

"5·18 민간인 사살 암매장" 당시 공수부대원 첫 고백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한 공수부대원이 매복중 민간인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

www.donga.com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42289 

 

"민간인 사살해 암매장" 21년만의 고백

5·18 당시 공수부대원 의문사진상규명위에

www.ohmynews.com

 

 

내가 뽑은 아쉬웠던 점 1 - 외국인 배우의 연기력

독일 출신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토마스 크레취만이 어떤 경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선 연기력이 송강호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웬만큼 쟁쟁한 한국 배우라도 송강호와 합을 맞춰 비등하거나 넘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외국 배우라서 디테일한 연기 주문이 어려웠을 것도 상상은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아쉬운 연기력을 선사하기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감정선이 뚝 뚝 끊어진다. 저 배우는 특히 슬퍼하는 연기가 약점일 것이 분명하다.

 

 

그 외, 다른 조연들의 연기와 합은 나쁘지 않았다. 유해진 특유의 외모는 대사를 한마디도 안 해도 80년대 광주라는 배경이라면 이미 90점은 받고 간다. 류준열도 사투리가 약간 어색했지만 딱 조연 정도의 연기력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내가 뽑은 아쉬웠던 점 2 - 택시 총격전과 추격전

영화 후반부에 공수부대가 광주 시민들을 향해서 무차별 사격을 가할 때, 송강호를 포함한 택시기사들이 차를 몰고 적진으로 들어가 총알을 막고 그 사이에 총에 맞아 다친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송강호와 외신기자가 광주를 탈출할 때 광주 택시기사들이 연합하여 사복경찰들의 차량과 육탄전을 벌여 목숨을 잃어가면서 추격을 따돌려준다. 나는 이 장면들이 이 영화를 망치고 있고 전형적인 감성팔이 영화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시민들의 하나 된 따듯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이미 광주 택시 기사들이 다친 사람들을 병원으로 호송하고 송강호의 고장 난 택시를 고쳐주며 그중에 한 명인 유해진이 송강호와 외신기자 힌츠페터에게 저녁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군인들이 쏘는 총알을 막으러 택시들이 출동하고 사복 경찰과 차량 육탄전을 벌이는 전개는 너무 무모한 과장이 아닐까?..

 

이 영화는 택시기사들의 희생을 표현하는 영화가 아니다. 굳이 광주 택시 기사들의 영웅적 행적을 표현할 필요가 있나 싶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면 이런 무리한 설정보다는 차라리 송강호의 내적 갈등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거나 혹은 감성 자극 없이 사복경찰과 계엄군으로부터의 탈출에 좀 더 애를 먹는 것으로 스릴과 애틋함을 더 강조했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광주 택시들이 우르르 진입하며 사복경찰의 차량들을 막아서는 장면이 굉장히 유치하게 느껴졌다.

 

용감하고 착한 택시 운전사를 단지 5.18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인지 아니면 5.18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광주로 갔던 실존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다.

 

내가 뽑은 아쉬웠던 점 3 - 연출력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출이란? 각각의 신 내에서의 감정과 의미 전달을 잘 그려내는 것보다 전체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선의 완급 조절과 억지스럽거나 뚝뚝 끊어지지 않는 매끄러운 스토리의 흐름을 얼마큼 잘 표현하는가이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하나의 신에서 최대한의 슬픔을 표현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뒤의 이야기와 감정 흐름을 고려해서 무작정 슬프기만 할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허탈한 슬픔이어야 할 때도 있고 억누르다가 살짝 터져 나오는듯한 슬픔이어야 할 때도 있고 웃픈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슬퍼야 하는 장면에선 단순한 슬픔을,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선 단순한 분노를, 즐거움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선 오로지 즐거움만을 표현하는 연출이었다. 즉, 앞뒤를 이어주는 변화되는 감정의 흐름이 보이지 않고 감정선이 뚝뚝 끊어진다.

 

맺음말

내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영화 내용 외에는 다른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몰입되는 영화다. 택시 운전사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다지 잘 다듬고 다듬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던져주는 이슈와 메시지,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 두 가지 만으로도 극장에 가서 한번 볼 만큼의 가치는 분명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과 공감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추천글:

[영화리뷰] - 영화 로건을 보고.. (슬픔주의ㅠㅠ)

 

영화 로건을 보고.. (슬픔주의ㅠㅠ)

로건이 개봉하는 첫날 퇴근하자마자 로건을 보고왔다. 나는 마블 영웅물 중에서는 특히 X맨 시리즈에 애착이 있다. 보통의 영웅물들에 비해서 노골적인 선악의 대립구도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

jyyj.tistory.com

[미드 소개] -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1 개요, 줄거리, 인물 소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1 개요, 줄거리, 인물 소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1 개요, 줄거리, 인물 소개 ​ 오늘은 작년 시애틀 출장 갔을때, 혼자 1달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1"에 대해서 소개 해 볼까 합니다. 그

jyyj.tistory.com

[미드 소개] - 워킹데드 시즌1 줄거리와 주요장면 정리!

 

워킹데드 시즌1 줄거리와 주요장면 정리!

워킹데드 시즌1 줄거리와 주요장면 정리! ​ 오늘은 워킹데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워킹데드는 미국 AMC 채널에서 2010년 10월 31일~2010년 12월 5일 동안 방영된 드라마 입니다. ​ 미국에서

jyyj.tistory.com

 

'문화˙연예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원더우먼 감상 후기  (0) 2021.08.10
영화 미씽 감상 후기  (0) 2021.08.08
영화 로건을 보고.. (슬픔주의ㅠㅠ)  (0)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