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영화리뷰

영화 미씽 감상 후기

이니셜J 2021. 8. 8. 16:27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던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를 보았다. 여성 투톱 영화는 충무로에 흔하지 않지만, 엄지원과 공효진은 검증된 연기파 배우인 점에서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미씽 감상후기

 

 

 

 

 

몰입을 방해하는 과장된 캐릭터 설정.

지선은(엄지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맘이다. 남편은 의사인데 내연녀가 있다. 그 원인 제공은 직장 일로 바쁜 지선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마도 육아와 일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직장맘들의 고충.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이해와 도움은커녕 오히려 배신과 책망으로 화답하는 남편들을 묘사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한매(공효진)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의 어느 시골로 이민 왔다. 틱장애 아들을 둔 노모는 며느리를 중국에서 사 왔다고 표현한다. 아이를 낳지 않고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한국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곧 아이(재인)가 테어 나지만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 난다. 한매는 아이를 살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무능한 남편과 시대착오적인 시어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아픈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게 한다. 사실상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두려고 한다. 이에 한매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

 

 

미씽 영화의 한 장면

 

분명 감독은 이 시대의 엄마들이 사회에서 약자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가적인 인물들의 배치에서 다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다. 지선을 궁지로 몰고 가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로 설정되어 있다. 가혹한 직장 상사, 바람피운 남편과 그에 동조하는 시어머니, 지선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변호사와 무능력한 경찰 등이다.

 

한매에게 있어서도 해를 가하는 것은 남자들이다. 덜떨어진 남편과 비인간적인 시어머니, 한매와 재인이를 끌어내는 지선의 남편과 병원 직원 등이다. 이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을 착취하고 짓밟는 건 도덕성이 결여된 기득권 세력이다. 하지만 과연 기득권을 남자로, 사회적 약자를 여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오늘날 과연 적절한 문제 인식인가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시어머니는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여성이지만 동료로 인식되지 않는다. 남성성으로 묘사되는 폭력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대척점에 서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오해하지 마시길 ㅠㅠ)

 

 

어색한 서사 구조. 개연성의 부재.

지선이 다은이(지선의 딸)를 정신없이 찾는 와중에 걸려온 보이스 피싱 전화는 이 영화의 최대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하필이면 그 때 우연히 보이스 피싱 전화가 걸려 온 것일 뿐이라는 설명은 매우 개연성이 떨어진다.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순간에 증발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과장되게 지어낸 이야기 일 뿐이라는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엄지원

 

그 외에도 한매가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한국에 와야 했던 이유가 빠져있다. 문제의 본질이 아닌 피상적인 면 만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박현익이(박해준) 한매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조력자가 되었다는 설명도 다소 진부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영화인 이유.

아이를 둔 엄마들이 무엇으로부터 괴롭힘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다는 것에 놀란다. 우리나라의 출생률 감소 추세는 분명 이러한 문제들이 내포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이란 것들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과연 지금껏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부 지도자들이 과연 문제를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와 관련되어 읽어볼 만한 기사)

 

그다음으로는 공효진의 연기다. 굳이 한 군데만 지적해 보라고 해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력이 훌륭하다. 중국인이 아니기에 중국어 표현이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 굳이 뽑자면 아쉬운 부분이다. 감정 표현의 강약과 호흡의 완급조절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박진영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말하듯 노래한다.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장면에서 나는 목이 메어오다 결국 눈물이 나왔다. 마치 내가 아이를 잃은 것 같은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다. 아이를 살리기위해 장기도 떼어서 팔고 안마업소에도 나가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아이를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남편의 동의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집도 아닌 길위에 봉고차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당한다. 박현익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 그런 남편을 매질 하지만, 그것을 말려야만 했던 한매의 모습은 너무나 슬펐다.

 

공효진

 

엄지원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다만,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다. 아이가 없어지고 난 뒤에야 진정한 모성애를 느끼고 간절히 아이를 되찾기 바라는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해냈다. 하지만 완급조절 없이 단숨에 클라이맥스까지 고조된 감정이 계속 유지되자 쉬이 피로감이 몰려왔다.

 

지선 역

 

전체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내는 힘은 부족했지만 각 씬들을 떼어내서 보자면 상당히 디테일하게 잘 연출했다. 지선이 한매를 긴박하게 추적하는 장면과 한매의 과거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는 부분도 훌륭했고 같은 기법으로 죽은 재인이가 김치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에 지선이 경악해 하는 장면의 연출도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추천글:

[영화리뷰] - 영화 로건을 보고.. (슬픔주의ㅠㅠ)

 

영화 로건을 보고.. (슬픔주의ㅠㅠ)

로건이 개봉하는 첫날 퇴근하자마자 로건을 보고왔다. 나는 마블 영웅물 중에서는 특히 X맨 시리즈에 애착이 있다. 보통의 영웅물들에 비해서 노골적인 선악의 대립구도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

jyyj.tistory.com